군주론

언어학에 ‘메타 메시지’라는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예쁘거나 잘생겼다고 한다거나, 똑똑하다고 한다거나, 함께 밥을 먹자는 말의 내면에는 ‘당신이 좋다’는 메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책의 경우, 메타 메시지를 잘 포착하고 읽는 것과 포착하지 못하고 읽는 책에 대한 해석이 천차만별로 다르기도 하다. 특히 고전의 경우 굉장히 읽기 어렵게 쓰인 책들이 많아 저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시대적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기에 ‘어떻게’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들이 지금까지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보편성과 메시지의 본질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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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군주론을 읽었을 때는 나의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느낌을 받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인지 혁명 부분을 읽은 다음 내가 하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텍스트였다. 선과 악, 윤리나 종교 등과 권력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다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정치라고 이야기한다. 즉, 정치를 하나의 기준이 아닌 다각도에서 해석한 것이다. 타자의 언어에 속박되지 않은 창의적인 사상가이면서 현실적인 이상주의자. 그 안에서 인간과 정치의 본질을 너무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본질을 먼저 보고,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과감히 포기할 것을 포기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생각을 명료하게 구조화하고, 수많은 예시를 들어 설득력 높은 하나의 이론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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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시 군주론을 읽으며 마키아벨리는 누구보다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의 ‘메타 메시지’는 ‘이탈리아 사람들만은 행복하게 해 달라’로 읽혔다. 이런 따듯한 마음을 얼음물을 한 양동이 부은 것 같은 차가운 언어로 이야기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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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한계가 있다. 모든 것은 언제나 끝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리더의 모습은 때로는 비열하고 잔인할지라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신뢰를 주는 모습이다. 수용과 배척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에,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하는 리더의 모습이 가장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리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