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데미안

Diem 2020. 12. 2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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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데미안을 처음 읽은 건 지금 나이의 반쯤 되었을 때 였다. 그 시절 데미안은 나에게 그냥 텍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은 데미안은 나에게 ‘데미안’이 되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며 그 변화 맞물려 나에게 스며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책 일수도, 영화 일수도, 사람 일수도 있다. 그리고 스며듦으로 인해 우리 삶을 변화 시킨다면, 그것을 데미안 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자아는 세상을 살며 형성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100%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언가 우리는 조금씩 다른 본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본질이 내가 살아가는 환경에 맞춰 변화하며 형성되는 것이 자아가 아닐까. 사실 우리가 어릴 때는 우리 주변에 수많은 데미안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만큼 미완의 존재이며, 많은 존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성장해가며 자아를 형성한다. 그리고 세상과 나의 경계를 만들어 구분 짓기 시작한다. 점점 껍질이 단단해 지는 것이다. 껍질은 어느 순간 우리의 자아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한정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껍질에 커다란 변화를 주는 존재를 만나는 순간이 온다. 이러한 존재들은 우리의 단단한 껍질의 미세한 결함들을 두드린다. 이들이 이런 미세한 결함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본질이 닮아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자신과 비슷하기에 잘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인 이 작은 두드림은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이 변화를 누군가는 성장 이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충분히 사유하고 향유하지 않은 존재에게 이러한 변화는 그저 혼돈만 가져올 수도 있다. 그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다시 금이 간 껍질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힘들지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분명히 성숙이라는 이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 삶에서 데미안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이 더 행복한 삶 일수도 있다. 데미안을 만난 건 평소에 불편함을 느낀 것 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나에겐 맞지 않는 모습이기에 불편함을 느끼고, 그 불편함의 해소 하려는 노력 말이다. 우리는 각각 우리에게 맞는 세상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달걀만한 세상에서 평생 즐거울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공룡의 알도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을 그냥 감내하며 사는 삶도 있고, 적극적으로 해소 하려는 삶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선택은 자신이 하고 그에 따른 행복도, 불행도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요즘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데미안이 존재하는 시기이다. 이 책도 나의 데미안 중 한분이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해서 다시 읽게 되었다. 데미안은 사실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데미안을 알아볼 수 있는 존재만에게만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분명 모두에게 특별하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찾아와준 특별히 감사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어느정도 성장을 마쳤다는 생각이 들면 타인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더 나아가 확장시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그러니 나도 나의 데미안이 되어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해야 좋은 데미안이 되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