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8. 01:53ㆍ독후감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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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소설은 일부러 천천히 읽게 된다. 한편 읽고 나면 상당히 많은 생각을 불러와서 읽기 두렵다. 그래서 책장에 숨겨두고 그때그때 끌리는 단편을 골라 한편씩 읽고 있다. 그중 이 단편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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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야기가 대조되어 진행된다. 문자가 없는 부족에서 문자가 생겨나는 과정과 뇌에 기억장치를 만들어 글을 배울 필요가 없어진 사회. 나는 이를 사회의 언어와 관계의 언어로 바라보았다. 불규칙 다수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통한 보편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집단이 커질수록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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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억적 존재이다. 생각이라는 현상과 자아는 모두 기억을 통해 존재한다. 강한 감정은 강한 기억이고, 강한 기억은 강한 감정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조하는 수단으로 언어가 사용된다. 감정과 기억은 흐려지지만 의미가 되어 언어로 남으며 완전하진 않더라도 그것은 영속적으로 전해질 수 있게 된다. 더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적합성을 보자면 집단이 커지고 오랜 기간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의미를 이용한 언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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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사실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실적 진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아마 감정적 진실 이리라. 물론 객관적 사실의 옳고 그름에 자존심을 거는 못난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객관적 사실로 상황적 존재의 우위를 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소통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관계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잘 표현할 줄 모르기에 이런 것에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다. 자존심이란 그렇다. 자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지푸라기처럼 붙잡고 있는 것. 그것조차 없다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관계안에서 자존심이다. 상대방과 함께 존중하며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내가 먼저 존재해야 상대방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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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이야기한다. 관계 맺는다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라고. 길들이는 것은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간의 소통하고 관계 맺는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관계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고, 이것은 언어로 표현된다. 서로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표면적 언어가 아닌 언어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려 해야 한다. 누구보다 서로에게 섬세해야 한다. 왜 변했냐고 무어라 하기보다, 왜 변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가까운 관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가족이라는, 친구라는 관계의 명칭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은 명칭이 아닌 마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믿고 자신을 얼마나 보여 주는가, 얼마나 서로를 알아봐 주려 노력하는가가 마음을 나누는 관계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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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많이 냉정해진다. 그리고 이 차가운 감정은 날카로운 언어로 표출된다. 어린 시절부터 접한 수많은 텍스트로 인해 조롱과 비아냥의 언어가 상당히 풍부하다. 은유와 비유, 직유를 적절히 섞어서 촌철살인의 문장을 구사한다. 이 분야만큼은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을 하고 나서도 전혀 후회가 없다. 하지만 간혹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었다. 감정을 억누르다가 폭발해 나도 모르게 차가운 단어들을 날카롭게 배열해 말들을 쏟아낼 때가 있었다. 평소에는 최대한 따듯하게 말을 하려고 하는 나이기에 상대방은 더욱 당황스러워한다. 물론 바로 사과하지만 나로 인해 상처 받았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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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은 아픈 말이다. 최소한 정말 깊은 관계라고 생각하는 사이라면 말이다. 내가 한 행동에 상대방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상대방을 생각하고 공감한다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다.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안정되었다고 안주하지 말고, 안정감을 기반으로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실적 진실이 아닌 감정적 진실이란 것을 알고, 공감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로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 이것을 상호존중의 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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