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본능

2020. 12. 27. 01:42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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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본능 - 스티븐핑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려고 한다’ 수많은 심리학 서적에 등장하는 단골 멘트이다. 나도 이 문구에 동의한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은 아마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하는 고민일 것이다. 수많은 사회적 ‘나’가 존재할 것이다. 직장에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친구들과의 관계로서의 나.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제외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이러한 모든 질문들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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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해 준다. 저자는 언어가 사회, 문화의 산물이 아닌 생물학적 구조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언어가 존재했기에 사회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모든 인간언어에는 동사와 명사, 구와 절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이를 언어의 보편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피진어’를 이야기한다. 피진어란 다른 두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임시적으로 개발한 혼성 어이다. 이 언어는 어순이 가변적이고 언어에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국어를 습득할 나이의 아이들에게 피진어를 노출시켰더니 아이들은 피진어에 복잡한 문법을 도입하여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 낸다. 이를 크리올어라고 명명한다. 이처럼 적절한 시기에 노출만 된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언어를 구상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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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에게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가? 분명히 다른 동물들도 의사소통 수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가 다른 것은 언어가 ‘자아’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정신어’라고 표현한다. 언어가 자아에 기반하려면 일단 우리는 스스로를 인지하고, 타인과 나가 다른 객체라는 것을 인지하는데 시작한다. 즉, 자아가 상당 부분 구체화되고, 구조화해 표상하는 것이 ‘정신어’이다. 그리고 정신어를 표상하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나 영어, 일본어, 중국어와 같은 것들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언어를 그릇의 은유를 사용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그릇에 무언가를 담아 타인에게 건넨다면 생각이 사물이고, 문장이 그릇이며, 커뮤니케이션이 그것을 보내는 것 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언어는 인간의 본질을 반영하는 집단적인 인간의 창조물이고,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관념화 시키느냐와 우리가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는지를 반영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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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세상은 이미 자신만의 언어로 관념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려는 욕구는 언어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외롭다고 느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인 자아 증명 욕구의 불충분과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불충분에서 오는 것이다. 또한 사람마다 자신만의 정신어가 있고 공용어로 번역해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도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을 말로 전달하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이런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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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것은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신경은 뇌간과 변연계에 존재한다. 이 부위는 우리의 감정과 큰 관련이 있다. 혼자서 생각할 때는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마 우리가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부위를 자극하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함으로 감정이 의식화 되고, 정신적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이와 연관되어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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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의미가 있다. 특히 자신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런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말이다. 이는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만나 상호작용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느낄 수 없다. 내가 언제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지, 감정의 움직임을 통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움직임이 존재할 때 그 변화를 감지해서 거기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우리의 본능에서 오는 만족감이며, 동시에 내가 나 다울 수 있기에 편안함을 주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답답하고 우울하고 외롭다면 혼자서 참지 말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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