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6. 23:57ㆍ독후감
나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좋아한다. 프랑스는 흔히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불린다. 이는 프랑스 사회의 핵심가치와 직결 될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유색인종이 살고 있기에 그만큼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평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유는 이러한 평등에서 파생될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시민들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체제 또한 확실하다. 바칼로레아가 바로 프랑스의 대입논술시험인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기에 40살 밖에 되지 않았으며 24살 연상의 중학교시절 선생님과 결혼한(심지어 부인이 기혼 이였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무소속 대통령후보 마크롱이 당선될 수 있는 것 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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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프랑스 출신의 소설가로, 이 책은 프랑스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을 굉장히 잘 보여준다. 주인공은 창녀의 자식인 아랍인 고아이다. 주인공을 은퇴한 유태인 창녀가 돌보며 산다. 주인공의 보호자는 이러한 창녀들의 자식들을 돌보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들로는 인터섹슈얼인 세네갈의 복싱챔피언 출신 창녀와 마약중독자, 의사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주인공은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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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나이를 숫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중첩이 아닌 시간속의 사건들의 중첩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을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성숙한 어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인공은 비록 10살이지만, 조금 빠르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러한 주인공에게 주어진 생은 그를 어린아이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하는데 너무 늦거나, 이른 나이는 없다’는 말과 이 소설은 잘 맞아떨어진다. 아픈 사람들이 모여 아프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본 이 책의 세상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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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우리나라나 일본보다는 서구권 소설들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왜 그러한지 생각해보니 전자는 상황을 통해 내면을 묘사하는 반면, 후자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는 고맥락사회인 동양권과 저맥락사회인 서구권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내 사고방식이 조금 더 서구권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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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물받은 책이다.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선물해주셨다. 너무 감동이었다. 심지어 소설도 내 취향과 잘 맞아 떨어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소설을 한글자한글자 재미있게 읽은 듯 하다. 생각할 것도, 쓰고 싶은 것도 많이 던져준 좋은 책 이였다. 관계에 있어 서로의 상처에 대한 이해와 그에 수반한 공감이 될 때, 관계는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시간속이 아닌 서로간의 사건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2019.05.17